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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에 도전하는 게임사의 딜레마

2023-10-25 13:50

블록체인 메인넷 엑스플라가 컴투스홀딩스의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워킹데드: 올스타즈'를 온보딩했다.(제공=컴투스홀딩스)


블록체인 산업이 다른 IT 신기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디지털 무형자산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디지털 무형자산의 양적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은 복제나 위변조에 취약한 속성이 있다. '자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0과 1로 이뤄진 전기적 신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이 전기적 신호에 꼬리표를 달아 진위여부를 판별하고 거래 가능하게 하면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국내 기업 중에서도 게임사가 블록체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게임 유저가 비용, 시간 등을 들여 획득한 게임 아이템 또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는 데 있어 블록체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 스포츠 형태로 발달한 서구권 게임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글로벌 블록체인 업계에서 국내 게임사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경우 양질의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 낼 자본력과 경험이 부족한 데 반해, 국내 게임사들이 보유한 흥행 게임 지적재산권(IP)은 중요한 강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게임사가 보유 IP를 블록체인 버전으로 출시할 때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환경이 낯선 유저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재미가 증명된 게임 IP를 활용해야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게임사는 기존 보유한 핵심 IP를 활용할 수도 있다. 주요 매출원이 되는 게임을 그대로 블록체인 버전으로 출시할 경우, 주주 이익이 웹3.0 생태계로 유출되며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게임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큼 재밌으면서도 기존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게임을 선정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버전으로 출시된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친숙함'이라는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엑스플라(XPLA) 라인업에는 글로벌 IP인 워킹데드를 비롯해 피쳐폰 시절 유행한 미니게임천국, 컴투스의 시그니처였던 서머너즈워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한때 시대를 풍미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게임들이다.


엑스플라가 택한 접근은 블록체인 게임에 수반되는 초반 진입장벽을 친숙한 게임으로 채워 넣는 것이다. 또한, 현재 핵심 IP보다는 컴투스 및 해외 클래식 IP를 통해 컴투스 본 영업에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관계자 입장에서는 최신 흥행 IP를 통해 폭발적인 게이머 유입을 모색하지 않는 것이 아쉬울 수 있다. 사실 마니아층 유저가 많은 게임일수록 블록체인 및 새로운 환경에 대한 반감이 클 수 있고 이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게임사 나름으로는 대중 및 강성 유저, 주주 모두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라인업 선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각종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게임사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사실 게임에 블록체인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흔히 말하기로는 게임 유저가 공들여 키운 캐릭터와 아이템을 온전히 소유하게 하려면 블록체인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게임사 매출관점에서 반드시 유리한 지향점은 아닐 수 있다. 심지어 유저들조차 시큰둥한 반응이다. 근본적으로 게임은 소비적 행태이지 축적의 행위가 아니기에 블록체인의 장점이 유저의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기존 게임의 문제 중 하나는 아이템이나 게임 내 재화를 공들여 획득할지라도 그 게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저가 게임에 흥미가 떨어지는 순간, 게임 내 재화는 무용지물이 되고 게임사는 고객을 잃게 된다. 그런데 이 자산을 다른 게임의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자명하다. 유저가 특정 게임을 떠나더라도 블록체인 기술로 획득한 자산을 자사 내 다른 게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고객층 전반의 이탈율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게임사의 지상목표는 재밌는 콘텐츠를 통해 신규 유저 유입시키고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게임에는 수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게임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게임의 평균 수명은 37.6개월, 모바일 게임은 6개월이다. 업계는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주기가 더 빨라지면서 게임 수명은 더 짧아졌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게임을 출시할 때는 잡은 물고기였던 기존 고객 역시 다시 잡아야 하는 물고기가 되고 이를 위해 마케팅을 비롯한 큰 비용이 들어간다. 기존 유저를 같은 게임은 아닐지라도 같은 생태계에 머물게 할 수 있다면 신규 게임 론칭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사실상 신규 유입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신규 유저의 유입만큼이나 기존 유저의 리텐션이 중요한 배경이다.


게임사에 핵심 IP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수 있다. 함부로 건드렸다간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핵심 IP가 블록체인에서도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전성기를 지났지만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클래식 IP에 탱커 역할을 맡겨볼 수 있다. 과연 클래식 IP가 과거의 영광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볼 대목이다.


원문 링크 : 딜사이트 <블록체인에 도전하는 게임사의 딜레마>